"이번 우승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와 올해 몸과 정신 모두 힘든 시기를 겪어왔는데 이제 새로운 시기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2008년 3승, 2009년 3승, 2010년 2승을 올리며 골프여제로 이름을 올렸던 신지애(24ㆍ미래에셋)가 마침내 길고 긴 슬럼프의 터널을 탈출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신지애는 17일(한국시간)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파72ㆍ666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일 3ㆍ4라운드 경기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븐파 288타를 치며 2위에 오른 박인비(22ㆍ던롭스릭슨)와 무려 9타 차 완승. 이 기록은 브리티시여자오픈이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2001년 이후 최다 타수 차 우승이다. 종전 기록은 2004년 캐런 스터플스(잉글랜드)의 5타 차 우승. 또 신지애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메이저 2승과 함께 LPGA 투어 10승을 채우며 박세리(35ㆍKDB금융그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LPGA 투어에서 10승 이상을 올린 선수가 됐다. ◆ 기나긴 슬럼프 탈출 스스로도 "지난해와 올해 힘겨운 일이 많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신지애에게 이번 슬럼프는 낯설고 길었다. LPGA 투어 데뷔 전인 2008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를 알린 신지애는 그해 미즈노 클래식, ADT 챔피언십을 휩쓸며 비회원 신분으로 무려 3승을 쓸어담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투어에 뛰어든 2009년에도 시즌 3승을 쌓으며 상금왕, 다승왕, 신인왕을 휩쓸었다. 2010년에는 2승으로 줄었지만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이 포함됐고 그해 9월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1년 신지애는 LPGA 무대의 우승자 명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의도하지 않은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스윙 교정에서 비롯된 허리 부상으로 2011년 9월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2012년 개막전에서의 손바닥 부상으로 5월 손바닥 뼛조각 제거수술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재활과 슬럼프, 그리고 골프에 대한 재미를 다시 찾으며 부활을 알렸다. 부진 탈출의 신호는 경기 중에 드러났다. 공을 똑바로 치며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는 뜻에서 `초크 라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신지애는 험난한 로열 리버풀 골프장에서 2라운드 페어웨이 적중률 92.2%, 그린 적중률 100%라는 무시무시한 샷감을 선보였다. ◆ 슬럼프 극복 비결은 `긍정` 사실 신지애는 올해 초 인터뷰를 할 때 "전 슬럼프에 빠진 적도 없고 부진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우승이 없었을 뿐인거죠"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부진이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세계랭킹이 7위까지 떨어졌더라`는 기자의 말에도 "뭐 괜찮아요. 떨어져야 또 올라갈 곳이 있으니까요"라고 털털하게 받아칠 정도였다. 신지애의 부활의 핵심은 늘 갖고 있는 `긍정`과 함께 새롭게 찾은 `초심과 재미`가 한몫했다. 올해 초 신지애는 "지금 그냥 골프를 치는 것, 연습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 뒤 "우승보다는 보기나 실수에 대해서도 잘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각오는 마침내 험난했던 브리티시여자오픈의 강풍 속에서 빛을 발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이룬 직후 신지애는 "오늘이 지금까지 경기한 날씨 중 최악이었다"면서도 "하지만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 홀이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신지애는 분명히 업그레이드됐다. 최종라운드 첫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한 뒤 `씩~` 지어보였던 웃음과 매 홀 샷을 하고 난 뒤 얼굴에 비치는 그 미소로 고스란히 증명이 됐다. 유소연(22ㆍ한화)이 3오버파 공동 5위, 김인경(24ㆍ하나금융그룹), 최운정(22ㆍ볼빅)이 7오버파 공동 10위에 올랐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는 9오버파 공동 17위에 자리하며 베스트 아마추어에게 주는 스미스 살버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