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언더파 62타를 치고 경기를 끝낸 마크 레시먼(호주ㆍ28)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챔피언조가 경기를 마치려면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골프를 잠시 잊고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면서 축구 경기를 봤다. 그리고 나서 그가 다시 골프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을 때 선두였던 찰리 호프먼(미국)은 15번홀에 있었다. 호프먼이 2타 차 선두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장 준비를 위해 볼도 몇 개 치고 퍼팅도 몇 차례 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생애 첫 우승컵은 2시간 기다린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호프먼이 2홀을 남기고 그만 3타를 잃는 바람에 레시먼은 `줍듯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레시먼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리버하이랜즈TPC(파70ㆍ6844야드)에서 열린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 경기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2타를 기록했다. 우승상금은 108만달러. 합계 14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레시먼은 호프먼과 마스터스 우승자 버바 왓슨(미국ㆍ13언더파 267타)을 공동 2위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레시먼은 국내 골프팬에게 낯이 익은 선수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외국인 시드를 통해 한국 무대에 뛰어든 레시먼은 2006년 지산리조트오픈에서 우승했다. 2009년에는 PGA 투어에 데뷔해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선두에 6타 뒤진 채 출발한 레시먼은 우승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13번홀까지 7타를 줄인 호프먼이 17번홀에 들어 섰을 때 16언더파로 2타 앞서 있었다. 하지만 호프만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더니 물로 들어갔다. 치명적인 더블보기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호프먼은 18번홀에서 그린 벙커에 공을 빠트리고 파세이브에 실패하면서 보기를 범했다. 레시먼은 "(8언더파를 친 것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골프는 재미있는 게임이다"며 우승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