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US오픈 당시(왼쪽)와 현재의 추아시리폰. ＜사진 제공＝ESPNㆍ듀크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1998년 7월 7일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 챔피언십 코스에서 열린 US여자오픈. 박세리(34ㆍKDB금융)가 `맨발 투혼`을 펼치며 연장 18번홀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돌입한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그림 같은 퍼팅을 성공한 순간 모든 골프팬의 이목은 박세리에게 향했다. 그리고 화면 너머로 허탈한 모습을 보이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태국계 미국인이자 당시 아마추어 선수였던 제니 추아시리폰(34). 대접전을 펼친 이후 두 선수의 운명은 드라마처럼 갈렸다. 박세리는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5승을 거두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골프 여제가 됐지만 추아시리폰은 일찌감치 골프계에서 은퇴한 뒤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US여자오픈이 14년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면서 뉴욕타임스와 ESPN 등 외신들은 당시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추아시리폰 근황을 전했다. US오픈이 끝난 후 듀크대로 돌아간 추아시리폰은 대학골프 챔피언 타이틀을 세 번이나 거머쥐면서 1999년 LPGA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프로무대는 달랐다. 추아시리폰은 "프로생활은 대학 때와는 천지차이였다. 정말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고 경쟁이 치열했다"며 "이 길이 진정 내 길인가 하는 고민을 끝없이 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2001년 가까운 친구였던 짐바브웨 출신 골프 선수 루이스 치텡와가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나자 인생의 덧없음도 느꼈고 골프에 인생 모든 것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후 2005년 메릴랜드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추아시리폰은 2010년에는 임상 간호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최근에는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가끔 내가 그때 우승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지금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