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박세리의 18번홀 연못 `맨발 샷` 모습 "14년 전의 긴장감과 설렘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정말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많은 사람들이 반겨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1998년 7월 박세리(35ㆍKDB금융)가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샷을 날리는 `맨발의 투혼` 장면은 당시 외환위기로 힘겨워하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박세리는 LPGA 무대를 휩쓸며 무려 25승을 쓸어담았다. 올해 US여자오픈은 14년 만에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5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열린다. 가장 뜻깊은 사람은 물론 박세리다. 국민에게 힘을 줬고 골프 붐을 일으켰다. `세리 키즈`들이 전 세계 골프 무대를 주름잡게 만든 그 장소에 박세리가 다시 섰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박세리를 위해 프라이빗 게스트하우스를 선뜻 내줬다. 지난 5월 미디어데이를 위해 주최 측에서 마련해준 전세기를 타고 한번 다녀갔지만 박세리는 경기를 위해 블랙울프런 골프장에 도착한 느낌은 또 새롭다고 말했다. 3일(한국시간) 오전 골프장에 도착한 박세리는 "좀 늦게 도착해서 아직 연습라운드는 하지 못했지만 골프장에 들어선 순간 14년 전에 만났던 골프장 관계자들을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그분들도 내가 오기를 너무 기다렸다고 하더라"며 첫 느낌을 전했다. 14년이나 흘러 새롭게 많이 바뀐 블랙울프런 골프장에 대한 느낌도 남다르다. 박세리는 "아직 코스에 나가지 못했는데 길이가 예전보다 길어졌다고 한다"며 "1998년 기억으로는 엄청 어려웠던 코스로 기억되는데 더 길어졌다고 하니 걱정도 되지만 기대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금 몸 상태와 샷 감각은 좋다"고 설명한 박세리는 "하지만 골프라는 것이 단순히 샷감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1998년 얘기를 하고 기대가 크다고 하는데 그 관심과 기대에 그저 감사하고 즐거운 부담감으로 대회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올해 1승밖에 올리지 못해 부진에 빠진 한국 골프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얘기엔 단호했다. "전혀 부진하지 않다"며 딱 잘라 말한 것. 박세리는 "그동안 너무 잘해서 기대치가 높아져 부진이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지만 지금도 선수들은 다들 너무 잘하고 있다"며 "후배들을 꾸준하게 응원해 달라"며 맏언니 같은 모습도 보였다.